○ 최근 Financial Times는 미국의 IRA(Inflation Reduction Act, 인플레이션감축법)와 Chips Act(반도체법)가 유발한 글로벌 보조금 경쟁을 분석하며, 미국 외 다른 국가 및 지역들의 대응 현황을 소개
○ 미국이 IRA와 Chips Act 등 자국 이기주의 보조금 정책들을 발표하자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은 자국의 산업 기반이 미국으로 이전될 우려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음
-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의 경쟁 우위 확보, 미국 빈곤지역의 산업화 등을 위해 반도체, 태양광, 수소, 전해조 등의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과 세금감면 정책을 추진
• 과거 미국은 자유주의 무역 체제를 추구하면서 WTO, 세계은행, IMF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각국 정부들이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막은 전례가 있음
- 이에, EU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미국의 대규모 보조금 지급 행보를 위선이라고 비판
• 독일 부총리 겸 경제학자인 Robert Habeck은 이러한 상황을 “전쟁과 같다”라고 표현하며, 미국의 보조금 및 세금감면 정책을 강력히 비난
○ 하지만, 미국의 동맹국들도 향후 성장성이 높은 친환경 및 반도체 관련 기술과 생산기지를 미국에 "뺏기지 않기 위해", 현실적으로는 보조금 정책과 발을 맞출 수밖에 없음
- 미국의 보조금 정책 발표 후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나면서 동맹국들은 미국 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이 아닌 '미국 정부 따라 하기'로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음
• EU, 일본, 한국 등은 새로운 투자를 미국이 모두 흡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첨단 기술 및 청정에너지 산업 부문에 보조금 및 기타 정부 지원을 강화하기로 함
• Robert Habeck은 “우리가 따라가지 않으면 그들(미국)은 주요 산업을 보유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그러지 못할 것입니다. 그것은 잔인한 현실입니다.”라며 보조금 정책 도입을 시사
• 뒤셀도르프 대학의 Jens Südekum 교수는 “수소, 배터리, 반도체 등 미래 산업이 향후 어느 지역에 기반을 둘 것인가는 지금 이 순간 결정되고 있다”며 EU가 미국과 같은 보조금 정책을 도입해야 하는 당위성을 제시
○ 동맹국들이 서둘러 보조금을 도입하게 된 이유는 실제로 많은 자국 내 첨단 제조 기업들이 보조금 사냥을 위해 미국으로 생산 기지 이전을 표명하기 시작했기 때문
- 지난 6월,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독일 동부에 3개의 공장을 운영하는 태양광 기술 회사 Meyer Burger는 독일 정부가 더 많은 재정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새로운 공장은 미국에 건설하겠다고 경고
- 파나소닉, 도요타, 혼다, 브리지스톤 등의 일본 기업들도 미국으로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며, 한국의 이차전지 기업들도 미국 진출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음
○ EU 등 동맹국 정부들은 미국과 같은 보조금 정책 따라 하기를 위한 구체적 실현 방안들을 발표하고 있으며, 이에 대한 기업의 긍정적 반응들이 관찰되고 있음
- 한국은 ’ 23.3월 K-Chips로 불리는 반도체 지원 정책을 통해 반도체를 포함한 ‘국가 전략 상품’ 제조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액 공제를 제공하겠다고 발표
• 삼성전자는 Chips-Act 전후 美 텍사스 지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,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 발표 이후 국내에 300조 원 투자 계획 발표
- ’ 23.3월 EU 집행위는 기존의 ‘한시적 위기 프레임워크(TCF, Temporary Crisis Framework)’보다 보조금 범위 및 규모를 더 완화한 '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(TCTF, Temporary Crisis and Transition Framework)'를 선택하여, CCUS(Carbon Capture, Utilisation and Storage),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태양광 패널, 풍력터빈, 전해조 등 제조 기업에 보조금 지급 허가
• 스웨덴의 배터리 제조 기업 Northvolt는 IRA 발표 이후 독일 북부에 건설하려던 공장 계획을 미국으로 변경하려고 하였으나, TCTF 발표 이후 다시 독일로 공장 부지 계획을 선회
※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(TCTF)
• 러시아-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무역 및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EU 집행위가 제정한 ‘한시적 위기 프레임워크(TCF)'의 기한과 범위를 연장한 정책
• 기존의 TCF는 당초 ’ 23.12.31. 종료될 예정이었으나, 미국의 IRA 제정에 대응하고 ‘그린딜 산업계획’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보조금 지급 규모 완화 및 범위 확장을 위해 ’ 23.3월 ‘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(TCTF)' 선택
• TCTF는 재생에너지, 에너지저장 보급 촉진 및 산업공정 탈탄소화를 위한 보조금의 지급기한을 연장하고, 탄소중립 전환 전략분야 투자를 위한 보조금을 신설
• 제3 국의 보조금으로 인하여 기업들의 투자가 EU 역외로 선회되지 않도록 매칭보조금을 도입하여 일정한 조건 하에서 수혜기업이 EEA(European Economic Area, EU+EFTA) 외 제3 국으로부터 수령할 수 있는 보조금과 같은 수준의 보조금 지급을 허용
• 위와 관련된 탄소중립 산업 전환에 필요한 조치에 대해서는 ’ 25.12.31. 까지 지원 가능
○ 보조금 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억제할 수는 있지만, 국가 간 보조금 전쟁으로 국가들이 기업의 보조금 쇼핑에 휘둘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음
- 인텔이 '22년 독일에 두 개의 공장 건설을 위해 €170억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자 독일 정부는 €68억을 보조하겠다고 약속
- 하지만, Chips-Act 발표 이후 인텔이 건설 및 에너지 비용을 이유로 더 많은 규모의 보조금을 요구하자 독일 정부는 결국 보조금 수준을 €99억까지 늘리는 데 동의
- 독일의 많은 경제학자들이 보조금 제도가 ‘순수한 경제 이론’에 위배된다는 점을 인정하지만,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어떠한 핵심 산업도 보유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인정
○ 미국 입장에서는 EU 등 동맹국과의 보조금 전쟁에서의 승패보다도, 동맹국들이 미국의 중국 압박 정책에 동조하기를 꺼리고 오히려 중국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더 큰 문제로 여겨질 수 있음
- 1971년 닉슨 정부의 금-달러 태환금지부터 1980년대 초 금리 인상에 이르기까지 냉전 기간 동안 서방 동맹의 결속력은 미국이 오직 자국의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불만으로 주기적으로 흔들려 왔음
- 현재 미국은 EU 등과 광물 협정과 공급망 협력에 대하여 의견을 같이하고 싶어 하지만, 중국에 대한 EU의 입장은 경쟁보다는 협력을 더 강조함
• ‘22년 EU는 중국으로부터 86.6GW의 태양광 패널을 수입하였으며, 이는 ‘21년 대비 112% 증가한 수치로서, EU의 전문가들은 EU의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중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
- 따라서 바이든 정부는 경제적 마찰이 주요 외교 정책 목표를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음
[ 시사점 ]
○ 미∙중 경쟁으로 촉발된 보조금 기반의 보호주의 기조는 미∙중 양극의 문제에서 글로벌 차원의 다극화 문제로 심화되고 있음
- 미국과 중국 모두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계속해서 보조금 정책을 강조한다면, 다른 국가들도 기술 및 제조역량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보호주의 정책을 지속할 것
○ 보조금을 통한 자국 산업 육성 정책은 기존의 경쟁력 체계를 무너뜨리며, 새로운 국가 간 산업 지형의 변화를 유발할 것임
- 친환경 산업 규모 측면에서 앞서가고 있는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서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이 현재까지는 EU 등 타 국가 대비 매력적인 투자지로 평가되고 있음
- EU의 경우, 아직까지는 친환경 관련 기술 및 제조역량이 미국에 앞서고 있지만, 최근 1~2년간 다수의 기업들이 유럽 대신 미국을 새로운 투자 지역으로 선정하게 되면서 EU의 친환경 산업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음
-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친환경 산업 발전을 고려했을 때 중국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과 경쟁뿐만 아니라 협력도 필요한 상황임
○ 기업 입장에서는 전략적 의사결정 시 본원 경쟁력과 보조금 사이의 균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며, 지정학적 경영환경 변화에 어느 때보다 촉각을 세우고 상황을 분석해야 할 것임
- 단순히 보조금에 의한 수익 측면만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의 시장 개척과 기술 개발에도 역량을 투자하고 글로벌 협력 가능성도 항상 주시해야 할 것임
- 미국이 세계 무역에 더 심한 교란을 야기하는 것을 감수하고 중국과의 '디커플링'을 지속할지, 혹은 비교적 완화된 '디리스킹'으로 방향을 돌릴지 지켜보며 기업 전략의 방향을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할 것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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