○ 일터에서의 남녀 균형은 중요한 이슈로 생각되기는 하지만, 실제 이를 추진하는 속도는 매우 더딤
- UN은 '22.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"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여성이 직장에서 남성과 동등한 파워와 리더십을 가지려면 140년이,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법적 차별을 완벽히 제거하는 데에는 286년이 걸릴 것”으로 추산했음
- 특히 광산업 등과 같이 전통적으로 남자들의 일터로 여겨졌던 곳에서 남녀 균형을 향한 개선 움직임은 훨씬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는데, 본사 근무 여성 임직원의 숫자를 늘리는 데 치중하는 한편 현장에서의 남녀 비율은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음
○ 이렇듯 더디게 변화하는 이유에 대해 UN 보고서는 ‘불리해질 것을 우려하는 남성들의 반발(Backlash)’이 가장 주요한 장벽이라고 밝힘
- 여성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불이익(Disadvantage)을 시정하는 과정에서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불편하고 불리해진다고 느끼기 때문
- 광산업 종사자들 중 일부는 여성들이 암석 폭파, 대형 트럭 운전, 중장비 운전 관리 등의 업무에 ‘관심이 없고’, ‘역량이 부족’하며, ‘적합하지 않기’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함
○ 세계 2위 광산업체인 BHP가 운영하는 호주의 철광석 광산, 사우스플랭크(South Flank)에서는 이러한 오랜 고정관념을 깨고 놀라운 남녀 균형을 달성
- 국제노동기구 ILO(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)의 '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다른 대형 광산들의 평균적인 여성 근로자 비율은 10% 수준임
- 광산업 이외에도 남녀 간 비율이 불균형적인 분야는 많은데, 예를 들어 미국 건설 산업은 근로자 중 여성이 10.9%에 불과하며 마케팅이나 HR 업무에서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고 남성이 소수에 속하기도 함
- 그러나 BHP의 사우스플랭크 광산은 현장 근무 직원의 40%, 고위 관리자 6명 중 4명이 여성으로 직장 내 남녀 비율이 매우 균형 잡힌 상태라 할 수 있음
○ 일반적으로 직장 내 여성(또는 남성)의 비율이 40~60%이고 남성과 여성이 권한과 영향력을 동등하게 가지는 곳을 ‘남녀 균형 직장(Gender-balanced workplace)’으로 정의함
- 국제노동기구에서 기준선으로 제시한 40%라는 수치를 적용하면 일반적인 광산 업무의 작업조 인원인 8~12명 중 최소 3~4명이 여성인 상태가 됨
- 사람들은 동료 집단에서 유일한 여성(또는 남성)이 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,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그룹에 함께 있을 때 소속감과 안정감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40%라는 숫자는 중요함
- 또한 남녀 균형 직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(Bullying)이나 차별적 발언도 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
○ 실제로 BHP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성별이 균형 잡힌 팀은 생산성과 행복감, 몰입도가 높고 작업 환경과 근무 여건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부상률은 67% 더 낮아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음
- 광산은 가장 가까운 도시인 퍼스(Perth)에서 1,300km 이상 떨어져 있어, 대부분의 직원은 퍼스에서 비행기를 2시간 타고 와서 8일 동안 12시간 교대 근무를 한 후 집으로 돌아가 6일간 휴무하는 방식으로 근무함
- 여성뿐 아니라 남성 직원들도 남녀 균형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, 20대 여성 덤프트럭 운전사는 “이곳은 정말 안전하고 사람들과 싸울 필요가 없으며 열심히 할 일을 잘하면 승진할 수 있다”라고 밝혔으며, 50대 남성 생산 감독관은 “23세 딸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좋은 환경에 잘 적응해서 기쁘다”라고 말했음
○ 호주 Monash 대학 행동과학연구소의 에릭 데니슨(Erik Denison) 연구원과 리처드 프링글 (Richard Pringle) 교수는 사우스플랭크에서 남녀 균형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5가지 요인을 도출했음
1. 도전적인 목표 설정과 선임 리더들의 강력한 참여
○ 광산의 총책임자(GM, General Manager)와 선임 책임자들은 남녀 균형 비율을 달성하기 위해 신중한 계획 하에 의도적으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
- 직장 내 다양성은 ‘시간이 지남에 따라’, 또는 ‘의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’ 이루어지지 않으며, 이 점은 많은 연구들을 통해 입증되고 있음
- 리더 계층의 ‘지원(Support)’을 뛰어넘는 ‘깊은 참여(Deep engagement)’가 필수적임
○ 우선 중간 관리자 계층을 타깃으로 성평등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창의적으로 모색하도록 했음
- 일상적으로 업무에서 철광석 생산에 대한 목표를 관리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다양성 목표를 세팅하고 관리했음
-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부서를 재구성하여 신입 레벨에서 수행하는 업무를 새로 정의하고 공식화하여, 업무 현장에서 동료와 선배들로부터 배워가며 숙련되는 업무 관행을 개선했음
- 이러한 과거의 관행은 남성들 간에는 자연스러운 문화였지만 여성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현장에 투입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하는데, 신입 직무를 새로 설계함으로써 농부, 간호사, 운전사, 운동선수 등 다양한 여성 직원들을 고용할 수 있게 되었음
2. 본사의 전폭적인 지원
○ BHP 본사의 사우스플랭크 광산을 미래 광산의 원형으로 만들기 위해 총책임자(GM)와 리더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했음
- 본사의 고위 경영진은 전통적으로 광산을 운영했던 방식을 유지해서는 다양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, 상대적으로 새 광산인 사우스플랭크에서 다양한 방식을 시도
- BHP는 사우스플랭크 광산에서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전사 차원에서 ‘남녀 균형 광산’을 구현하기 위한 로드맵을 구축하고자 함
○ 사우스플랭크는 여성 직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등 현장 일터의 다양한 혁신을 도입
- 신체적으로 차이가 나는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기계와 장비를 수정하는 투자를 집행했으며, 사회학자를 고용하여 리더들이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팀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
- 또 신입 사원들을 위한 고유의 3일 온보딩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현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했음
3. 주거 시설 및 캠프 환경 개선 투자
○ 광산 직원들이 교대근무 기간 동안 생활하는 주거 캠프를 개선하여 긍정적이고 활기찬 커뮤니티 문화를 조성
- 과거에는 퇴근 후 회사가 운영하는 선술집에 모여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, 다양한 시설을 확충하고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일종의 마을 공동체와 같은 환경을 구축
- 체육관, 축구장, 수영장, 도서관, 음악실, 교육센터, 피트니스 등을 확충하고 요리 강습, 연사 초청 강연, 음식 축제 등의 일일 이벤트도 활성화 ○ 또 안전 및 보안 시스템 구축에 대대적인 투자 집행
- 과거 정부 주도의 조사에서 광산업 내 남성의 10%, 여성의 36%가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기울였음
- 조명, CCTV, 전자 잠금장치 및 보안에 U$1억 이상을 투자했고, 일일 알코올 소비량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등 새로운 정책들도 도입
4. 데이터 기반의 변화 관리 교육
○ 일일 알코올 소비량 제한과 같은 과학적 데이터 기반의 정책 수립과 교육 실시
- 사회과학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배타적이거나 위험한 행동을 중단시키기 위한 데이터 기반 방안들을 모색
- 예를 들어 학계에서 새로 개발된 'Active Bystander'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성차별적인 언어(농담 등) 습관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하고 교육 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도 함
5. 일하는 문화의 근본적 변화에 적극적인 자세
○ 사우스플랭크의 리더들은 남녀 균형을 이루는 것은 단순히 숫자 목표를 달성하는 것 이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음
-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(Ongoing work)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성차별적인 언어 습관을 중단하는 것도 업계에 뿌리내린 남성적 규범과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
- 또 아이를 낳은 후 작업 현장으로 복귀하려는 부모들을 위한 효과적인 프로세스와 시스템도 개발하게 되었음
- 리더 계층뿐 아니라 고위 경영진과 이사회에서도 이러한 점을 잘 이해하고 있어, 주로 남성 인력에 의존하고 가족과 육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과거의 직장 문화를 새롭게 설계하고자 준비 중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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